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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장면 제외하면 웰메이드 로드 무비 - <라이드 오어 다이> 본문
라이드 오어 다이의 원제는 彼女(그녀, 혹은 여자친구)입니다. 감독은 히로키 류이치. 원작은 만화가 나카무라 친의 군청. 예고편을 보고 좀 끌렸음에도 한동안 볼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 반신반의했습니다. 보면서는 꽤 좋았는데, 다 보고 난 후에는 아쉽다는 감상이 남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여자 둘이 도망가는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가 먼저 연상되죠. 레즈비언과 로드무비? 이건 캐롤도 생각이 나네요. 그 있잖아요, 캐롤도 후반부 즈음에. 서사적으로는 델마와 루이스에 캐롤을 탄 느낌인데, 연출은 캐롤이 더 생각납니다(특히 창 너머로 바라보는 장면들). 원작이 만화라 그런지는 몰라도, 같은 일본만화인 해피 슈가 라이프랑 마이 브로큰 마리코도 떠오르곤 했습니다. 따지자면 마리코 쪽의 톤에 더 가깝습니다.
롱테이크 샷이 굉장히 많은데, 전 맘에 들었습니다. 초반부의 장면에서 몰입감을 주기도 했고, 감정을 자연스럽고 길게 끌고 가는 것도 좋다고 느꼈습니다. 배역 같은 경우도, 두 주연 배우의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와 맡은 인물이 정반대라는 느낌도 들어서 재밌었고요. 뻔할 수 있는 장면들을 뻔하지 않게 해주는 변주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영화의 섹스 장면들은 전반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첫 번째의 그것은 서사적으로 필요한 장면이긴 했는데 두 번째의 그것은 존재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택시 기사 캐릭터도 나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혀. 마지막의 섹스 장면은 중요한 장면인데도 쓸데없는 대사가 너무 많아요. 핵심만 남기고 버렸어야 했다고 봐요. 그리고 번역도 뒤로 갈수록 의역으로 인한 오역이 눈에 띄어서 더 별로인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족을 버리는 장면도 좀 더 설득력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냥 일본 감성 대사로 전혀 일본적이지 않은 장면을 밀어버리려고 하니까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결말도, 솔직히 델마와 루이스 따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너무 밍밍하게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임팩트가 부족했어요.
그래도 나름 로드무비 + 스릴러 + 로멘스 + 청춘물 다 들어 있음에도 큰 탈 없이 종착점에 다다르는 웰메이드 작품인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호불호 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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