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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구르고, 타박타박 울리는, 너의 발소리처럼 - <리즈와 파랑새> 본문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리즈와 파랑새>는 노조미와 미조레의 이야기다. TVA <울려라 유포니엄> 2기 이후의 시점이다. 백합이다, 상당히 진하다.
리즈와 파랑새. 서두에 나올 때부터 서로의 성격을 섞어놓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노조미와 파랑새의 활발함. 미조레와 리즈의 조용함. 노조미와 리즈는 미조레와 파랑새에게 벗어나야 할 안정이기도 했고, 리즈와 노조미는 파랑새와 미조레를 돌봐주는 언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화책 자체가 후반부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기도 했다.
미조레와 복어. 귀엽지만, 다가가기 힘든. 노조미는 복어가 아니었다. 다른 물(어장)에서 살아야 할 생물. 하지만 동시에 노조미의 웃음은, 활발함은 복어의 가시와 닮은 부분도 있다. 다가가기 힘들다는 면이 아니라, 스스로가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겉에 둘렀다는 점에서. 닮으면서도 다르다. 동화의 내용도 연상이 된다. 현실 세계의 투명한 색감과 동화 세계의 파스텔 색감의 대비도 인상적이다.
연출이 정말 좋았다. 장면과 소리를 이용한 장면들이 아름다웠다. 타박타박 발소리, 섬세한 손짓 발짓, 투명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오프닝의 디스 조인트가 엔딩의 조인트로 바뀌는 부분도 사사삭 지워내는 소리가 가슴을 긁었다. 음악, 압도적이어서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취주악부 후배들의 반응이 그야말로 관객의 반응이다. 연주가 끝나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정말 가슴이 저릿했다. 눈가가 촉촉이 물들었다. 손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특히 노조미의 뒤로 어항이 비치는 부분은 정말이지.......
동화는 언제나 해피엔딩일까. 졸업. 어쩌면 그건 그 자체로 새장 밖에 내보내어지는 행위와 같다. 학교라는 새장에서 벗어나 너무나 넓은 세상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마는. 미조레와 노조미가 서로에게서 졸업하는. 하지만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지 않던가. 미조레와 노조미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는, 결국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미의 말처럼 파랑새는 리즈가 보고 싶을 때 멋대로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타박타박, 발소리를 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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