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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중독글쟁이
미즈시마 츠토무 감독의 는 잘 만들어진 상업 작품입니다. 미소녀와 전차, 그리고 스포츠물이라는 요소를 한데 섞어 이만한 수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본작은 전형적인 일본식 스포츠 동아리물의 플롯을 따르는데, 이것을 빠르고 편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로서 활용합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두면서 호쾌하게 쭉쭉 진행해나간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상업 작품이 되는 건 아니죠. 이 작품을 호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제작진이 컨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게 보인다는 거예요. 미소녀라는, 팔기 위한 캐릭터성만 쉽게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전형적이나마 캐릭터를..
샤이니의 종현 씨가 죽었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샤이니의 팬도 종현 씨의 팬도 아니었지만, 뉴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아버지에게 버럭 성질을 냈었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던 사람이 누구도 모를 고독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가, 그렇게 덧없이 사라지는 것. 나는 그 상황에, 자신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에, 왜 내가 그러한지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슬프게 울었다. 김보라 감독의 영화 의 후반, 조용하게 퍼지는 성수대교 사건의 파장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 감각, 느낌이 떠올랐다. 당시 이 영화를 세 번째 보는 중이었다(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이전에 봤을 때도 이러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남겠지. 과거에 적은 글을 전혀 찾을 수 없으니. 는 소녀 ..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우선 그 아름다운 작화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주인공 바이올렛의 존재 자체가 판타지성이 강하기에 주변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리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죠. 다만 판타지성은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핍진성을 줄 수 있는 설정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바이올렛의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설정집에도 두리뭉실하게만 기술되어 있습니다)이 아쉽습니다. 성인도 되지 않은 소녀가 군대에 다녀왔다는 걸 경악하거나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인물들도, 그러다 보니 위화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예 고아들을 기계 병사로 만들었다던가 하는 설정이라도 집어넣어서 바이올렛의 전투력에도 핍진성을 주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에서도 조금 더 '이런 애가 군대를?' 하는 느낌의..
은 나딘 라바키 감독의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을 현직 배우가 아닌 실제 난민들이 분했으며, 감독 본인은 변호사 역으로 등장합니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가버나움’은 성경에서, 멸망할 것이라 예언당한 도시입니다. 자인이 살고 있는 레바논의 시궁창 같은 상황과도 유사하지요. 신에게 버림받은 땅. 가버나움. 하지만 사람들은 신에게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낳았다’는 죄로 부모를 고소한 자인은, 자신은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신은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증언합니다. 성경에는 부모가 빚을 지면 아이를 팔기도 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는 돈 때문에 어린 딸을 시집보낸 자인 부모의 모습과도 겹쳐지며, 현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어쩌면 가부장적인 서사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성경, 가망 ..